세번째 이야기

🎨 왜 그림을 훼손했을까? 예술가들이 스프레이를 든 사연 🎨

지난 목요일 아침, 서호주 미술관에 전시된 유명 그림이 두 명의 활동가에 의해 훼손됐어요. 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프레드릭 맥커빈(Frederick McCubbin)의 그림 위에는 호주 최대의 석유 및 가스 기업 ‘우드사이드(Woodside)’의 로고가 스프레이로 칠해졌는데요. 작품은 투명 퍼스펙스(아크릴 유리)로 보호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위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어요. 호주를 비롯해 해외 여러 등지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일련의 예술 파괴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 활동가들이 미술품을 훼손하는 등의 과격한 행위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석유 회사를 비판하기 위한 움직임 🖼️

이번에 시위를 벌인 이들은 두 명의 예술가였어요. 그들은 호주 퍼스(Perth) 지역의 도예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파티카(Joana Partyka)와 블러튼(Ballardong Noongar man Desmond Blurton)으로, “우드사이드가 우리 문화 5만 년을 파괴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100년밖에 되지 않은” 맥커빈의 그림에 우드사이드 로고를 칠했다고 해요. 여기서 이들이 가리키는 ‘우리 문화 5만 년’은 서호주 버럽(Burrup) 반도의 무루주가(murujuga) 암각화를 가리켜요. 이들은 “우드사이드 버럽 공장에서 나오는 유독물질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암각화를 파괴하고 있다”며 우드사이드가 공장 가동을 멈추기를 요구하고 있어요.

잠깐! 무루주가 암각화, 그게 뭐길래? 🗿

무루주가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원시 예술이 남아있는 곳 중 하나로, 독특한 생태학적,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4만여 년 전, 무루주가의 원주민들은 바위의 표면에 그림을 새겼고, 이는 오늘날의 무루주가 동시대 원주민들과 여전히 높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암각화로 남아있어요. 2000년대 중반부터는, 산업용 가스 배출로 인해 무루주가 암각화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여러 과학 연구와 암각화 모니터링 계획이 진행됐고요. 서호주 대학교의 벤자민 스미스(Benjamin Smith) 교수는 “무루주가 암각화가 산업 오염으로 인해 이미 활발히 퇴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암각화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암각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모으고 있어요.

우드사이드를 둘러싼 논란 🏭

우드사이드는 해당 지역에서 1980년대부터 공장을 가동하며 점차 확장해 왔어요. 현재는 2050년까지 기존 공장의 수명과 용량을 늘릴 계획이며, 서호주 환경보호청(EPA)을 등에 업고 가스 프로젝트를 2070년까지 연장하고자 해요. 오염이 심한 가스 개발이 2070년까지 계속 진행된다면, 호주의 연간 배출량의 8배 이상을 방출할 것이라고 하고요. 이런 맥락에서 예술가들은 "우드사이드는 신성한 암각화에 유독한 배출물을 뿌리는 동안 모든 것에 그들의 로고를 붙이려고 한다. 버럽에서 더 이상의 산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예술이 남지 않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한편,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드사이드는 “액화 천연가스 생산과 관련된 산업 배출이 무루주가 암석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모든 환경법과 규정을 준수해 지속가능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