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야기

😢 “기후기술, 정말 네가 최선이니?” 😢

지난 3월 21일 우리나라 정부가 최초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 정부안을 발표했어요. 현재 기본계획 철회 및 보완에 대한 시민, 청년들의 목소리가 매우 높은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산업부문 감축량 감소에 따른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부문 감축량 증대”에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는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상당 비율의 감축량을 의존하는 것은 현세대의 책임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하였는데, 아직 CCUS와 같은 기후 기술이 세계적으로 안정화되지 않은 지금, 기후 기술을 활용한 감축량 확대가 과연 현명한 결정인지 세계 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봐요.

기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

기술 해결지상주의(technological solutionism)는 기술을 통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상 혹은 행위를 일컫는 말로, 2014년 벨라루스계 미국 연구자 Evgeny Morozov가 책 <To Solve Everything (FYP, 2014)>을 통해 처음 사용한 용어에요. 그는 시장 정책에 의해 구동되는 기술 낙관주의는 문제를 일으킨 사회적∙정치적 원인을 흐릿하게 만들며, 이러한 믿음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개인(혹은 기업)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했어요. 많은 역사학자는 환경 분야의 기술 해결지상주의 역사가 산업화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설명하는데요. 19세기 공장에서 발생한 매연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유해 물질 생산 자체를 줄이는 대신 발생한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폭발적인 자동차 증가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엔진이나 필터를 설치했어요. 이처럼 인간은 지금껏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기보다는, 이미 발생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을 개발하는데 더 큰 노력과 시간을 쏟았다는 것이죠. 일부 학자들은 원자력 발전, 태양광 발전, 인공강우 또한 생태 위기 혹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모델을 고도화하고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여기기도 해요.

기술 해결지상주의가 위험한 이유 🚨

한데 기술을 활용해서라도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기술 개발은 다른 자원의 고갈을 초래하고 CCUS와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또 다른 기술을 통해 현재 기술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고 프랑스 환경과학 교수 Nathanaël Wallenhorst는 책<Who will save the planet (Actes Sud, 2022)>을 통해 이처럼 말했어요: “인간은 기술의 힘을 통해 그들이 지구에 남긴 심각한 자국들을 지우려 한다.” 또한, 영국 경제학자 William Stanley Jevons는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기술 혁신은 결국 새로운 소비의 증가를 일으키는 리바운드 효과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필요한 것은, 기술의 현명한 활용 🤓

그렇다고 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후기술을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기술 발전만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허황한 낙관주의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학계, 정부, 기업, 시민단체 모두가 꾸준히 고민하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사용량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여 자가용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을 동시에 기울이고 있어요. 이처럼 기후기술 활용과 함께 탄소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한국 정부도 더 심층적으로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