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부터 🌎 by 달이

내가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때는 바야흐로 4년 전이다.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 들게 된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Greta Tunburg)의 자서전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이 내 삶의 관점과 가치관을 완벽히 흔들어 놓았다. 약 6년간 문학소녀로 살아왔던 나는 환경공학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고 환경 매거진을 쓰고 채식을 시작했다. 내가 사는 제품, 내가 머무는 공간,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읽는 책과 글, 내가 대화하는 내용 등, 나의 일상이 통째로 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레타 툰베리의 책이 나한테 이리도 큰 영향을 미쳤을까 지금 와 돌이켜보면 영화<설국열차>에 나온 세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기후위기로부터 지구와 인간을 구원하겠다는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무기력함에서 🥀

이미 환경을 파괴하는 데 익숙한 사회와 경제체제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보였고 보이면 볼수록 절망감과 세상에 대한 반감만 커졌다. 물컹거리는 고기를 씹는 친구들이 불편해졌고 아무렇지 않게 플라스틱 용기에 테이크아웃하는 가족을 보면 화가 났다. 그 당시 나는 ‘슈퍼히어로 판타지’에  빠져 있었다.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나는 선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지하고 악한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그들과 함께 하려 하기보다는 배척했던 것 같다. 그럴수록 세상에서 도태되는 느낌이 들었고 조금이라도 내가 정의한 환경윤리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극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완벽주의와 강박은 나를 빠르게 지치게 했고, 가시적이고 즉각적이지 않은 변화들로 인한 회의감과 혼자서 아등바등하고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인한 무기력함이 나를 짓눌렀다.

다시 처음으로 🔙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대서사시는 결국 나의 항복으로 끝이 났다. 이 종지부를 찍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원 생활이 큰 역할을 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그 누구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환경공학과에서 배달과 일회용품 사용을 즐기고 고기로 회식을 하고 냉난방을 지나칠 정도로 하는 모습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결국, 나도 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러한 습관들에 동화되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부정적 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3년간 열심히 노력해 바꿔왔던 나의 모습들이 한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단 게 놀라웠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금 덜 바빠지면, 조금 여유가 생기면’이란 자기합리화를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애정으로 🦋

다행히도 환경문제에 둔감해지려 노력했던 나의 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극복하게 된 극적인 계기는 없다. 삶에 대한 애착이 나를 다시 행동하게 했다. 아침 어스름 내가 사랑하는 (반려견) 상추와 운용호수공원을 걸으며 새들을 관찰하는 시간, 제주도 오름에서 일출을 느끼며 명상하는 시간, 복잡한 마음과 생각을 달래주는 바다 앞 시간, 북한산을 등산하며 땀을 흘리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시간을 지키고 싶기에, 나는 조금의 불편함을 오늘도 감수한다. 그리고 나는 공공연하게 홍보되는 친환경적인 생활 습관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할 수 있고 재밌어 하는 것을 하기로 결심한다. 걷는 걸 좋아하기에 탐조하는 취미를 시작했고 신선한 음식을 좋아하기에 간헐적 채식을 하고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뮤레터를 쓰기 시작했고 내 파란 텀블러가 좋아 반려 텀블러로 들고 다닌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물어보기 시작했고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다소 식상한 말이지만, 그렇게 모든 건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